나는 어느 날, 지인의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거는 방식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대화는 거의 질문 없이 단답으로 끝났고, 단어 선택은 유튜브에서 자주 들었던 말투 그대로였다. 처음엔 ‘요즘 아이들 스타일이 이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아이들도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을 반복해서 보면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말하기보다 보기와 듣기에 익숙해져 있었고, 대화는 일방적이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영상 콘텐츠의 과도한 소비가 언어 능력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현상은 단지 어린 세대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심각했다. 나조차도 요즘 글을 쓸 때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고, 복잡한 문장을 쓰는 것이 점점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아졌다. 머릿속에선 무언가를 설명하고 싶은데, 입이나 손으로 옮기기까지 연결이 뚝 끊기는 느낌. 나는 분명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고, 글쓰기를 어렵지 않게 여겨왔는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겪고 관찰해 온 ‘영상 콘텐츠 과다 소비’가 언어 능력, 특히 표현력, 어휘력, 말하기 습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나의 일상에서 관찰된 뇌의 변화, 말의 구조적 퇴화, 대화의 단절 현상은 단순한 문화 변화가 아니라 인지 기능의 실질적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도달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영상을 더 많이 보는 만큼, 말을 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상 중심 소통의 시대, 우리는 말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나는 최근 몇 년간 점점 더 말을 줄이게 되었다. 메시지는 이모티콘과 짧은 줄임말로 대체되었고, 전화보다는 문자, 문자보다는 영상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예전에는 친구와 만나면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제는 서로 유튜브 영상 링크 하나를 공유하는 것으로 대화가 끝나는 경우도 많다. 처음엔 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말하기 능력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표현의 다양성 부족이었다. 예전에는 감정을 설명할 때 다양한 어휘를 사용했는데, 요즘은 그저 “개쩐다”, “미쳤다”, “개웃겨” 같은 몇 가지 단어만 반복하게 되었다. 내 안에 있는 감정은 분명 더 복잡했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단조로웠다. 이건 단순히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영상 콘텐츠 중심의 소비 구조가 말을 필요 없게 만드는 구조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느꼈다.
뇌는 시청보다 말하기에서 더 많은 자극을 받는다
내가 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집중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를 스스로 자주 느끼면서부터였다. 영상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날일수록,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문장을 매끄럽게 연결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말이 막히는 일이 빈번해졌는데, 이는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구조’에만 익숙해지고 ‘표현하는 구조’를 덜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뇌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할 때보다, ‘능동적으로 설명’하거나 ‘말로 표현’할 때 더 많은 영역이 활성화된다. 특히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은 말하기, 문장 구성, 추론적 사고에 관여하는데, 이 부위들이 덜 사용되면 점차 기능이 둔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내가 경험적으로 느낀 바로는, 하루 종일 영상을 본 날은 뇌가 뿌옇고 멍한 상태가 되며, 마치 외부 자극에는 반응하지만 내면에서 단어를 끌어내는 능력이 줄어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의 말하기 능력, 유튜브가 대체하고 있다
나는 조카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이상한 점을 느꼈다. 아이는 내가 질문을 하면 대답을 잘 못 하거나, 대답을 하더라도 유튜브에서 본 대사나 유행하는 말투로만 반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장난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숙제를 도와주며 다시 한번 말해보라고 유도해보니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데에 뚜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 나는, 영상 콘텐츠가 아이들의 ‘언어 실험 공간’을 빼앗고 있다는 걸 절감했다. 어린 시절은 원래 “말을 틀리게 해보면서 배우는 시기”인데, 요즘 아이들은 틀릴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언어 능력은 퇴화한다. 언어는 쓰지 않으면 줄어드는 능력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두뇌가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에 듣고 말하고 쓰는 언어적 상호작용이 충분하지 않으면, 인지 기능 전반에 악영향이 생긴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면서 다양한 표현을 써보라고 유도했지만, 대부분은 짧고 단답형으로 응답했다. “응”, “몰라”, “그냥”이라는 말이 습관처럼 입에서 나왔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아이들은 “그게 더 편해”, “그냥 영상 보면 돼”라고 말한다.
말보다 보는 게 더 익숙해진 세대, 이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언어 능력 저하가 학습과 관계 형성에 미치는 영향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을 때, 나는 아이들이 글쓰기를 매우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자주 목격했다. 단순한 문장조차도 구조가 엉성하거나, 한 문단 내에 같은 표현이 반복되었고, 대부분은 문장의 길이를 3줄 이상 넘기지 못했다. 나는 처음엔 단순히 글쓰기 교육의 부족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말 자체를 제대로 해본 경험이 부족하다는 더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글도 잘 쓰지 못한다. 말과 글은 결국 같은 인지 회로를 통해 구성되기 때문이다. 언어 능력이 떨어지면, 글쓰기뿐만 아니라 논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까지 함께 약화된다. 내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네 생각을 말해봐’라고 질문했을 때, 10명 중 8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거나, 겨우 두세 단어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나는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종종 보았다. 말이 적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표현에 자신감을 잃고, 사회적 관계에서도 위축되는 경향이 있었다. 영상은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할 필요 없이 일방적으로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대화의 ‘긴장감’이나 ‘유연성’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내가 개인적으로 실감한 건, 언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틀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해보는 행위는, 단순히 말을 하는 것을 넘어 생각을 정리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영상만 보고, 말은 하지 않게 되면 그 과정 자체가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언어 능력의 저하는 곧 자기 표현력의 위기라고 본다.
내가 실천해 본 언어 회복 루틴과 그 효과
나는 언어 능력이 퇴화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생긴 이후,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말하기와 글쓰기 루틴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이건 누구에게 배운 방식이 아니라, 내가 직접 실험하며 효과를 체감한 나만의 방식이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아침에 혼잣말로 하루 계획 말하기였다. 예를 들어, “오늘은 오전에 보고서 초안을 쓰고, 점심은 간단히 먹고, 오후에는 미팅에 집중하자” 같은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다. 이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뇌가 언어 회로를 자극받는 느낌이 있었다. 다음으로는 하루에 10분씩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포인트는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머릿속이 멍해서 문장이 잘 안 나왔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자 표현이 훨씬 매끄러워졌고, 단어 선택도 풍부해졌다. 이 루틴을 통해 나는 다시 언어가 ‘기술’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노력하면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확신도 생겼다. 또 하나 실천한 건, 책을 읽고 요약하는 것이었다. 영상은 그냥 흘러가지만, 글은 내가 해석하고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능동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내가 읽은 내용을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하려고 시도하면, 내 머릿속 언어 회로가 다시 깨어나는 느낌이 강했다. 이러한 루틴을 약 3주간 지속하자, 말할 때 어휘 선택이 다양해지고, 문장 구조가 자연스러워졌으며, 대화 시에 상대의 말을 더 잘 듣고 응답하는 능력도 향상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표현에 있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점이 가장 컸다.
영상은 잠시 멈추고, 다시 말하는 연습을 할 때
나는 요즘 영상을 보려고 스마트폰을 켰다가, 일부러 ‘끄는 연습’을 한다. 이건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내 뇌에게 다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선택이다. 영상은 뇌에 자극을 주지만, 말하기는 뇌에 활동성을 부여한다. 나는 이 차이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는 편리하고 즉각적인 보상감을 준다. 하지만 그 보상은 대부분 수동적인 감각에 머문다. 말을 하려면 생각을 정리해야 하고, 적절한 어휘를 찾아야 하며, 문장으로 구조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는 바로 이 ‘과정’ 자체가 뇌를 살아있게 만든다고 느꼈다. 나는 종종 친구들과 의미 없는 영상 추천을 나누는 대신, 하루에 한 가지씩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해보는 놀이를 해본다.
“너 요즘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뭐야?”, “오늘 무슨 단어를 새롭게 알게 됐어?” 같은 질문들이었다. 이 단순한 활동만으로도 대화의 질이 깊어졌고, 나 자신이 말하는 인간으로 다시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하나 내가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건, 영상 콘텐츠를 본 후, 3문장으로 요약하는 연습이다. 재미있는 영상도 좋지만, 내가 그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면 그냥 ‘정보의 소비자’로 머물 뿐이다. 나는 소비자에서 벗어나, 언어의 사용자가 되고 싶었다. 그 작은 노력들이 쌓일수록, 나는 다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갔다.
결론: 당신은 오늘, 몇 마디의 문장을 만들어냈는가?
나는 오늘도 하루를 마치며 자문해본다. “오늘 나는 어떤 문장을 만들어냈는가?” 그 질문은 단순히 말의 양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한 말 속에 내가 담겼는지, 누군가와 연결되었는지, 내 생각이 표현되었는지를 되묻는 질문이다. 영상 콘텐츠는 분명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말의 근육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생각은 무뎌지고, 관계는 얕아지며, 내면은 점점 표현을 잃는다. 나는 이것을 개인적인 체험으로도, 사회적 현상으로도 확인하고 있다. 이제 나는, 보기를 멈추고 말하기를 선택한다. 그 선택이 단지 언어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을 되찾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당신은 오늘, 몇 마디의 문장을 만들어냈는가? 그 문장들이 당신의 생각을 담고 있었다면, 당신은 여전히 살아 있는 언어 사용자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말을 다시 시작하자. 영상을 끄고, 문장을 만들고, 사람과 연결되자.
우리가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생각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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