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매와 SNS: ‘좋아요 중독’이 기억력을 갉아먹는다
나는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한 게시물을 보고 ‘좋아요’를 눌렀는데, 불과 몇 분 뒤 다시 그 게시물을 찾으려 하자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제목도, 계정명도, 심지어 어떤 사진이었는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좋아요를 눌렀다’는 감각만 어렴풋이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피곤했거나, 생각이 산만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나는 내 기억력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더 나아가 나는 내 뇌가 예전과는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감각까지 갖게 되었다.
SNS를 매일 사용하는 지금,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이미지, 영상, 자극적인 콘텐츠를 눈에 담는다. 그중 일부는 ‘좋아요’라는 이름으로 뇌에 빠르게 각인되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다. 나는 ‘좋아요 중독’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디지털 치매로 가는 입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겪은 사례와 관찰을 바탕으로, SNS와 기억력 사이의 연관성, 그리고 디지털 치매의 징후와 예방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SNS와 디지털 치매: 어떤 관계가 있는가?
1. SNS는 뇌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가?
내가 SNS를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가장 강한 감정은 ‘자극’과 ‘즉각적인 피드백’이다. 누군가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나는 아주 짧은 쾌감과 인정받는 느낌을 받는다. 그 감정은 오래 가지 않지만, 반복될수록 내 뇌는 더 빠르게 그것을 갈망하게 된다. 실제로 SNS는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좋아요’, ‘댓글’, ‘알림’은 우리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하고, 그것이 습관화되면 기억을 저장하거나 깊이 생각하는 기능보다 자극을 추적하는 기능이 우선되기 시작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것보다, 짧은 리얼스나 릴스를 보는 데 더 집중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는 단순한 집중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작동 방식 자체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2. 디지털 치매의 개념과 SNS 사용의 연결 고리
디지털 치매란 원래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단기 정보 처리에 과도하게 치중되면서, 뇌의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나는 SNS 사용을 통해 이 증상이 더욱 가속화된다고 느꼈다. 특히 릴스나 쇼츠처럼 몇 초마다 전환되는 콘텐츠에 익숙해지면, 뇌는 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넘기도록 학습하게 된다. 마치 ‘중요하지 않은 건 곧 잊어도 된다’는 식으로 뇌가 스스로 처리하는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내가 최근 겪은 한 경험은 이 개념을 잘 설명해준다. 나는 여행지 사진을 올렸고, 하루 만에 수백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그런데 정작 내가 다녀온 장소의 이름이나 위치, 같이 간 사람과의 대화 내용은 며칠 지나지 않아 가물가물해졌다. 대신 내 머릿속에는 ‘몇 개의 좋아요를 받았는가’만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좋아요 중독’의 작동 방식: 뇌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뇌는 감정과 연결된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한다
나는 평소에 감정적으로 강한 반응을 느낀 일들은 꽤 오랫동안 생생하게 기억한다. 예를 들어, 슬펐던 말이나 기뻤던 순간, 창피했던 사건은 몇 년이 지나도 생생하다. 하지만 SNS 속 '좋아요'는 그런 감정을 주지 않는다. 좋아요를 많이 받을수록 뇌는 순간적인 만족감을 기억하는 대신, 그 외의 정보는 버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뇌의 해마는 감정과 관련된 사건을 장기 기억으로 넘기는 역할을 하는데, 좋아요와 같은 짧은 쾌감은 감정을 깊게 자극하지 않기 때문에 저장되지 않는다. 나는 SNS를 사용할수록 점점 사람 이름이 기억나지 않고, 이전 대화를 다시 떠올리기 어려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나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뇌의 기억 저장 시스템이 '가볍게만 반응하고 곧 버리도록'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치매의 징후들
1. 대화 도중 생각이 자주 끊긴다
나는 친구와의 대화 중에, 내가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인지 잊고 멈추는 일이 잦아졌다. 이 현상은 특히 스마트폰을 자주 들여다보는 날일수록 더 자주 발생했다.
2. 반복된 콘텐츠를 다시 보게 된다
SNS에서 이미 본 콘텐츠를 또 클릭하거나, ‘이거 본 것 같은데…?’ 하면서도 다시 보는 일이 생겼다. 뇌가 저장하지 않도록 학습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처럼 반복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3. 정보 습득은 많은데 정리는 안 된다
나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접하지만, 정작 누군가에게 그 내용을 설명하려고 하면 잘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보를 ‘습득’만 했지, ‘연결’하거나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SNS 사용으로 인한 뇌 변화의 사회적 확대
청소년과 대학생에게서 더 뚜렷한 변화
나는 주변 청소년들과 대학생들,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을 관찰하면서 이 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느꼈다. 이들은 책 한 페이지는 집중해서 읽지 못하지만, 몇 초짜리 영상 수십 개는 쉽게 소비할 수 있다. 특히 과제나 시험 준비를 할 때도, 노트보다는 스마트폰을 통해 자료를 찾고, 바로 저장하고 넘기는 식이다. 뇌는 정보를 ‘통과시킬 뿐’ 보관하지 않는 방식으로 학습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실천해 본 SNS 디지털 치매 예방 루틴
1. SNS 알림 모두 끄기
나는 모든 SNS 앱의 알림 기능을 껐다. 알림은 ‘주의력 탈취’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뇌의 피로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2. SNS 앱을 폴더 속으로 숨기기
나는 홈 화면에서 SNS 앱을 제거하고, 의식적으로 열어야만 접근할 수 있도록 폴더 속에 숨겨 두었다. 이렇게 하면 무의식적인 접속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3. 일일 SNS 사용 시간 1시간 이하로 제한
처음에는 어렵지만, 실제로 시간을 줄이기 시작하자 뇌가 ‘자극’보다 ‘생각’을 선택하는 일이 늘어났다. 무엇보다도 긴 글을 읽거나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기억력의 지속성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4. 하루 10분, 기억 정리 노트 쓰기
나는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오늘 기억에 남는 장면, 대화, 감정 등을 간단히 메모하기 시작했다. 이 습관은 뇌에 ‘정보를 저장해야 한다’는 신호를 주며, 기억력 유지에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결론: 좋아요를 눌렀을 때, 뇌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우리는 매일 수십 번 ‘좋아요’를 누르며 살고 있다. 나는 그 행위가 단순한 클릭이 아니라, 뇌의 기억 작동 방식에 영향을 주는 학습의 반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SNS는 분명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도구이지만, 그 사용 방식에 따라 기억력과 인지력이 손상될 수도 있다. 나는 내가 ‘좋아요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오늘 이 글을 통해 공유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콘텐츠에 ‘좋아요’를 눌렀는가? 그 기억이 지금도 선명한가, 아니면 이미 뇌 속에서 사라져버렸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