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마트폰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의 설렘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작은 기계 속에서 인터넷, 사진, 게임, 음악, 그리고 수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내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한 가지 변화를 느꼈다. 예전에는 친구 전화번호를 몇 개씩 외우고 다녔지만, 이제는 단 한 개도 기억하지 못한다. 중요한 약속 날짜나 장보기 목록조차 메모 앱이 없으면 떠오르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서 ‘기억하려는 노력’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디지털 치매의 한 단면이 아닐까. 우리는 지금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생각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우리 대신 기억해주고, 검색 엔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