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공기가 유난히 맑았던 날이었다. 창문을 열어두니 선선한 바람이 커튼을 살짝 흔들며 방 안을 가볍게 스쳤다. 책상 위에는 전날 미리 정리해둔 노트와 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김을 내고 있었다. 그날만큼은 오롯이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오늘은 정말 집중해서 한 챕터를 끝내고, 문제까지 풀어야지.’ 다짐과 함께 펜을 쥐었지만, 1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내 시선은 오른쪽 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조용히 놓인 스마트폰이 있었다. 화면은 꺼져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세상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혹시 중요한 연락이 왔을까?”, “뉴스 속보가 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림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확인’이라는 욕..